무명지 깨물어서
붉은 피를 흘려서
태극기 그려놓고
천세 만세 부르자
..................................
..................................
자경대원들의 군가 소리는 우렁찼다.
그 기세는 하늘이라도 찌를듯이 의기양양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중천한 의기에 비하여, 전투에 임하려는 자경대원들의 무장은 너무 허술하였다 .
그들이 입고 있는 옷부터가 허술했다.
국방색 옷이긴 하지만, 빛이 바랜 군복 그대로를 입을 뿐, 자주 다려 입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나 후줄근해 보였다.
더우기 그들이 갖고 있는 무기란 별로 보잘것이 없었다.
30여명의 대원들 중에는 총도없이 맨주먹에 수류탄 두개씩을 가지고 출전한 대원이 20여명이나 되었으며 아세보총과 따발총을 가진 대원의 수는 불과 열두명에 지나지 않았다. 둔남면 자경대에서는 삼계면 자경대와 합세하여 합동작전을 펴라는 연락을 임실경찰서로 부터 받고, 처음으로 출전하는 마당에서 대원들은 각자의 무장을 점검하였다.
그래도 이들에게는 이게 다시 없는 무기였다.
만일에 이것마저도 없었다면, 무얼 가지고 어떻게 싸우겠다고 나설 수 있겠는가.
두개씩의 수류탄을 지닌 대원들은 두개의 수류탄을, 다발총을 가진 대원은 자기의 다발총을 자기 목숨처럼 소중하게 매만져 보곤 하는 것이었다.
지난번 까막재에서 김현주 김옥기 등의 대원들이 북괴군 소좌를 생포하고 노획한 총 이외에는 여러 곳에서 모은 것들이었다.
지방의 유지들을 면사무소로 소집해 놓고, 도처에서 북괴군들이 버리고 간 무기를 발견 하는대로 보내어 달라고 지시를하여, 주민들의 손으로 거두어 들인 총이였다.
그 동안에는 군대도 경찰도 아직 들어 오지 못한 와중에서 자경대원들은 맨주먹으로라도 이고장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다가 10월로 접어들면서 경찰이 들어왔다.
오수지서에는 채태석 지서장을 포함하여 7명의 경찰이 부임되어 오게 되었다.
이지방에 배치되어 온 젊은 경찰관들은 주로 경상도에서 온 사람들이 었다.
회문산에서 준동하던 공비들이 지리산으로 이동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임실경찰서에서는 지리산으로 연결되는 루트를 차단하라는 연락을 하여 왔다.
임실경찰서에서는 공비들의 후면에서 공격을 하겠으니 둔남면 자경대는 정면 공격을 하라는 것이었다.
둔남면 자경대원들은 박종수대장을 선두로 주천리 뒷산(노산재)으로 향하여 출동하였다.
김현주도 김옥기도 김규현도 모두 패기에찬 소대장들이었지만, 무기가 모자라기 때문에 수류탄 두개씩을 가슴에 달기도 하고 허리에 차는가 하면, 양손에 한개씩 움켜 쥐고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힘찬 발걸음으로 의가 양양하게 전진하면서 군가를 부르는 것이었다.
양양한 앞길을
바라볼 때에
혈관에 파동치는
애국의 깃발
넓고 넓은
사나이 마음
생사도 다버리고
공명도 없다
들어라 우리들의
힘찬 맥박을
가슴에 울리는
조국의 소리
대원들이 오수를 벗어나면서부터는 군가를 뚝 그치고 조용히 걷고 있었다.
소로길로 접어들고, 어은리를 지나서 그 뒷산을 돌아갈 무렵부터는 모두들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무서운 정적이 산허리를 감돌고 있었다.
행군 종대로 늘어선 대원 중에서 누군가가 불쑥 나서면서
대장님! 대장님!
하고 앞서가는 박종수 대장을 다급하게 부르고 있었다.
대원들과는 별도로 떨어져서 앞서가던 박종수 대장이 저만치서 허리를 약간구부린 자세로 이 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대원들은 적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으슥한 계곡 쪽으로 산을 오르고 있었으며, 박대장은 적의 눈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나보란듯이 태연스럽게 오르고 있었다.
대장님!
박대장 있는 곳으로 다가온 대원이 산봉우리를 올려 보면서 말했다.
왜그래?
저 봉우리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움직입니다.
나도 알고 있어
그런데 왜 자꾸만 올라가십니까?
저놈이 아까부터 우릴 본 것 같아!
네? 저놈이 우리를.........?
저놈이 굽어보는 앞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게 되면 오히려 의심을 받거던.
위험합니다!
여기가 더 위험해! 저 고지 밑에 바싹 붙어야 돼!
?
저 바위 밑으로 말야.
이 때 산 위에서 한 방의 총성이 삐웅----하고 울려 왔다.
탄환이 바위를 튕기쳐 나가는 소리였다.
두 사람은 도토리나무 그늘 밑에서 훔찔 놀랐다.
그리고는 다음 순간 박대장은 숲속에서 몸을 숨긴 대원들을 향하여 손을 앞으로 흔들어 보이면서 신호를 보내었다.
총소리는 산발적으로 울려오고 있었다.
대원들은 박대장이 가리키는 곳으로 모였다.
커다란 바위가 전방을 가리우고 있는 고지였다.
박대장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담배 피우고 싶은 사람은 지금 여기서 피워라.
적이 알텐데요?
적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
담배를 피우고는 이 곳을 빨리 떠야 한다.
대원들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였다.
마치 나뭇군들이 모야 담배를 피우듯 그렇게 담배들을 피우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는 대원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했지만, 담배연기는 한가롭게 피어 오르고 있었다. 잠간동안에 대원들이 뿜어 낸 담배연기는 상당한 부피로 커졌고, 그들의 머리 위에는 한 묶음으로 얽힌 담배연기가 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기묘한 형체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 연기는 마치 불난 집 지붕 위의 연기처럼 피어 오르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상해! 총소리를 들으면, 대단한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야, 저 너머의 망밭(망전리)이 아무래도 수상하단 말야!
예감은 맞는 겁니다.
그럴까..........
틀림 없을 겁니다.
글쎄.............
이 쪽으로 총알이 날아 옵니다.
지금부터는 신속히 움지여라! 김옥기 소대장은 대원 10명을 인솔하고 저쪽 제3고지로 향하고, 최순경은 대원 10명을 데리고 저쪽 제2고지로 가라!
박대장의 지시가 끝나자 대원들은 신속히 움직였다.
이 때,
딱꿍--- 딱꿍----
피웅--- 피웅----
하는 총소리가 울렸고, 저만치 뒷켠 바위에서 돌이 튀는게 보였다.
............ 작전을 할 때는 침착해야 한다. 호랑이가 열두번을 물어 간다 해도 정신만 차리면 살고 당황하면 죽는다! 내 말을 명심하기 바란다!
박대장은 대원들을 향하여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양쪽의 고지로 갈라져 간 대원들은 옆으로 돌아서 가야 하기 때문에 서로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제2고지로 오르는 것을 약간 늦출 필요가 있었다.
제2고지로 향하는 전면공격은 시간의 여유가 있으므로, 박대장은 서서히 일어섰다.
박대장이 대원들을 이끌고 적진으로 전진해 올라가는 참인데 등뒤에서
대장님.......!
하고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 왔다.
그러면서도 그 소리는 조심성을 잃지 않은 소리였다.
박종수 대장이 뒤를 돌아 보았을 때 거기에는 조금 전에 대원들을 이끌고 따났던 최순경이 솔밭 사이에서 머리를 약간 내밀고 있었다.
대장님! 큰 일 났읍니다.
큰 일이라니?
새까맣습니다 !
뭐? 새까맣다고?
네! 굉장합니다! 후퇴해야 합니다!
정확히 말해 봐!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약 이천명 정도는 될 것입니다.
이천명?
제 짐작으로는...........
알겠다!
속히 후퇴해야 합니다.
글쎄, 알았다니까. 좀 가만히 있어. 김옥기 소대는 아직 철수를 안했으니, 조금만 기다려 가지고 철수하는 걸 봐서 함께후퇴하자!
네 알겠읍니다!
적의 수가 정말 그렇게 많아 보이나?
적은 수를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새까맣읍니다. 아까 말씀 드린 대로 약 이천명 쯤은 되어 보이는 대부대입니다.
거리는?
여기서 이백미터도 안됩니다.
그래?
오십미터 전방에도 놈들이 있읍니다.
오십미터?
네 오십미터입니다!
위험하군!
위험합니다!
..................?
대장님! 저기 김옥기 소대장이 뛰어 내려오고 있읍니다.
아, 철수하는구나! 우리도 후퇴하자! 자, 대원들은 신속히 후퇴하라!
박대장의 후퇴 명령이 떨어지자, 여기 저기에 숨어있던 대원들이 일제히 뛰기 시작하였다.
이 때 갑자기
쾅!
콰광!
하고 수류탄 터지는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
수류탄 터지는 소리는 바로 지척인듯, 산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고, 나무들이 온통 뽑혀 달아나는 것만 같았다.
따르륵---
따르륵---
기관총 소리가 울렸다.
여기 저기서 빗발치는 탄환 사이 사이로 잘도 피하여 내달리고 있었다.
마치 솔방울이 구르듯이 몇 바퀴를 구르다가도 다시 뛰어 내리는 대원들의 머리 위로 무수한 탄환이 빗발치고 있었다.
김옥기 소대장의 어깨에서 벗겨져 나간 다발총이 계곡 아래로 굴러 떨어 지는가 했는데, 그 다발총에서 풀려난 괭가리(탄창)가 굴러 떨어져 달아나는 것도 보였다.
오늘 아침에 지급받은 총이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얼마나 내달아 왔을까.
정신없이 뛰던 대원들의 눈 앞에는 어느덧 마을이 나타나고 있었다.
주천리 였다.
잘들 뛰던데?
하고 박대장이 말하자, 누군가가
삼십육계에는 자신이 있읍죠.
라고 말하면서 히잇, 히히 웃고 있었다.
자, 마을로 들어가서 밥이나 먹고 가자.
하고 최순경이
저 놈들이 여기까지 내려오면 어떡허죠?
했다.
...............저런 대부대가 이런 마을로 내려 올리가 없지.......... 길길도 바쁠거고.
그러까요?
그럼.
대원들은 마을로 들어가서 밥을 시켜 먹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한 사람도 사망자 없다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사망자 뿐만 아니라 부상자도 없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대장님! 이건 정말 기적입니다!
기적?
네, 기적이고 말고요.
.......그렇지, 기적이지.......... 그렇게 퍼부어 대던 총탄이 우리를 피해 갔으니 말야.
총알이 우리를 피해 갈리가 있읍니까? 우리들이 총알을 피해 왔지요.
웃기는 소리야!
대원들은 낄낄낄 웃고 있었다.
하여간 오늘은 운이 좋았어!
좋았지요!
천운이야! 천운! 하늘이 도우셨단 말이시!
아뭏든 한 사람의 희생자도 없다는게 신기합니다.
아무런 전투의 경험도 없는 우리가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은 지형에도 큰 관계가 있다.
지형 선택을 잘 한게지. 우리가 살려니까 공교롭게도 우리 앞에 바위로 된 커다란 고지가 있었고, 또 후퇴 할 때에는 그 계곡이 움푹 파인 곳이기 때문에 우리가 총을 맞지 않을수 있었던 거야.
하마트면 몰살을 당할뻔 했지요.
위험했지.
수류탄이 위험 했어요.
기관총은 어떻구.
기관총도 무서웠지.
소련제 수류탄도 있었고, 회문산 아지트에서 만든 사제 수류탄도 있었어요.
무서운 놈들이야.
이제 그만 일어서지.
어서갑시다.
대원들은 오수로 향하였다.
전투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엄청난 사건이었다.
무모한 작전이였지만, 이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날 저녁 여섯시 경에 한 여인이 둔남면 자경대 본부로 박대장을 찾아 왔다.
그 여인은 오수교회를 다니는 교인이었다.
무슨 일로 오셨읍니까?
예, 조께(조금) 알려드릴 일이 있어서 예배당에 오는 길로 요롷게 찾아 왔끄만이라우.
무슨 일인 데요?
빨갱이들이 떼뭉쳐 왔는디, 살째기 본개(보니까) 굉장허등만이라우!
망밭(망전리)입니까?
예.
얼마나 됩니까?
천 팔백명이라고 허등만요.
누가 그럽디까?
지(제)바같 양반이 그러등만이라우.
바깥 양반?
예. 지 바깥 양반이 숯구덩이를 가지고 있는디, 고(그) 놈덜 등살에 보대껴서 못살것 끄만이라우.
............?
그런디, 고(그) 놈덜이 오늘 밤에는 오수를 털로 올 것 이라는디, 미리 조치방을 대서 막아야 허것끄만이라우, 잉.
네. 알겠읍니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튼지 미리 방파매기를 혀야 쓸팅개, 조심헤겨요.
감사합니다.
애쓰시요, 잉!
네, 고맙습니다. 살펴서 가십시오.
머리를 몇번이고 굽신거리면서 밖으로 나가는 여인에게 박종수 자경대장은 정중히 인사를 하였다.
여인이 돌아간 뒤 박대장은 별동대원들을 불러서 주천리 주변으로 잠복을 보내었다.
그는 대원들을 보낼 때, 적으로 하여금 오수로 내려오자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허위방송을 하게 했다.
별동대원들은 주천리 부락 앞에서 노산재로 향하여 스피커를 장치해 놓고 주민들에게 알려 주는 것처럼 꾸며서 웨치는 것이었다.
...........친애하는 주민 여러분!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국군이 지금 남원에서 출동하여, 덕과면을 지나오고 있읍니다.
우리의 국군이 지금 오고 있으니 조금도 동요하지 말고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큰 소리로 외쳐대는 스피커 소리가 주천리 뒷산으로 부딪칠 때마다 그 소리는 산울림이 되어서 쩌렁 쩌렁 울려오는 것이었다.
교교한 밤이었다.
한동안 보름달이 솜털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러다가도 또 다시 달빛마저 구름속으로 숨어 버리고, 어둠만이 다시금 부위를 무겁게 내리 누르고 있는 가을밤의 정적을 스피커 소리가 깨뜨리고 있었다.
밤하늘을 메아리 치는 그 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더욱 살풍경하게 뒤흔들고 있었다.
오수에서도 대원들은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
대원들은 공비들이 쳐들어 올만한 마을에다 밥을 짓도록 하였다.
백여상이 넘는 밥이었다.
아낙네들은 저녁이 늦도록 밥을 짓고 있었다.
이집 저집에서 부녀자들의 밥짓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부엌의 살강에서 사기그릇들이 서로 부딪치는 딸그락 거리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국군이 떠나 갈 게 뭐람!
글쎄 말입니다.
부인들에게는 국군이 들어 오니까 밥을 많이 해야 한다고 소문을 퍼뜨렸으니까, 정탐꾼이 미리 와보면 틀림없이 속을 겁니다.
..............천 팔백명이면 너무나도 엄청난 숫자가 아닌가?
상당한 인원수지요.
빨치산 전라북도 도당이 몰렸으니............
대장님! 저기 국군이 오는 것 같읍니다.
아, 국군이군!
오늘 떠났던 부대가 아닙니까?
십일사단 칠중대?
네. 칠중대입니다.
부대의 행열이 가까와 지자, 박대장은 그 부대가 바로 십일사단 칠중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종수 대장은 중대장을 만났다.
그는 중대장의 손을 잡고 흔들면서
참으로 잘 오셨오.
했다.
네?
하고, 중대장이 의아한 눈으로 박대장을 바라보자, 박대장은 어둠 속에서 웃으면서
마침 잘 오셨읍니다. 밥이 지금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라고 말했다.
밥이 우릴 기다리다니요?
저녁식사 백여상이 준비 되어 있읍니다.
연락도 없이 왔는데요.
임자가 따로 있읍니다.
혹시 허풍떠는 밥이 아닌가요?
제대로 맞쳤읍니다. 후라이 밥이지요. 후라이 밥!
허헛 허헛 허허허허ㅡㅡ
핫하하하하 하하하하ㅡㅡ
두사람은 배꼽을 쥐고 웃었다.
공비들을 속여낸 백여상의 밥은 물어볼 것도 없이 국군들의 차지가 되었다. 아슬 아슬한 순간이 무사히 지나가고 있었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밤도 깊을대로 깊어지면 새로운 광명의 아침이 밝아오는 법이다. 밤은 무사히 지나 갔다.
대원들이 나가 있는 초소 여기 저기에는 밤 사이에 무사했다는 것을 서로 알리는 말소리가 오가면서 청명한 새벽 공기를 뒤흔들었다.
둔남면 자경대원들은 오수지서에서 경찰관들과 조회를 함께 하였다.
지서 주임이 먼저 훈시를 한 다음에 박대장도 훈시를 하였다.
그런데 그의 훈시는 언제나 짧았다. 그러면서도 그의 말은 힘이 있었다.
...........너희들이 맡은 초소는 끝까지 사수해야 한다.
대원 한 사람이 책임을 못하면, 대원 전체가 몰사하는 줄로 알아야 한다.
작은 구멍이 하나 생기면 보(洑)도 터지는 법이다.
너희들 중에서 만일 진지를 빼앗기거나, 도망치는 자가 있으면, 나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 중에서 만일 뒤에서 쏘는 총알에 맞아죽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 때는, 나의 총에 맞아서 죽는 걸로 알기 바란다. 알겠나?
박대장이 여기 까지 말했을때 대원들은 일제히
넷!
하고 크게 대답을 하였다.
박대장은 대원들을 주욱 훑어본 다음,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그대신, 내가 만일 원칙에 어긋나는 일을 하게 되면, 그 때는 서슴치 말고 나를 쏘기 바란다.
박종수 대장의 목소리는 우렁우렁 울렸다.
그의 나이는 32세. 건강한 체격을 갖춘 싱싱한 시대였다.
그는 공산당이라면 이를 갈았다.
그는 공산당원들로부터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겼기 때문에 공산당 생각만 해도 치를 떨었다.
그는 공산주의의 모순이 무엇인지를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이야기 > 조국행진곡(祖國行進曲) - 실록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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