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사심 없는 산행!! 지역 역사와 문화를 찾아서!!!! 김진영

홍류동계곡!!!

지역이야기/조국행진곡(祖國行進曲) - 실록소설

조국행진곡 - 선무공작 (宣撫工作)-

흘러 가는 2020. 7. 31. 14:57

<오수의견, 비각1975년>

  병곤(이병곤)의 추억은 오수국민학교와 예배당과 충견의 비석이 서있는 원동산과 그 원동산에서 바라보이는 신포정 밑의 냇가에서 이루어진 것들이었다.

  병곤이는 아버지가 빨치산들에게 끌려 가던 날부터 우울한 소년이 되었다.

  그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했다.

  그가 기억 속에서 아버지를 생각하게 될 때는 훌쩍 훌쩍 우는 것이었다.

  병곤이의 아버지는 독실한 기독교인 이기 때문에 그는 곧잘 아버지를 따라서 예배당엘 다녔다.

  병곤이의 추억 속에는 아버지가 나타나신다.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 날, 병곤이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예배당 모퉁이로 접어 든다.

  예배당의 첨탑에서 내려오는 눈을 우러러 보면서 아버지의 따뜻한 손에 이끌리어 마당으로 들어서던 광경이 꿈길처럼 아련히 떠오른다.

  이러한 추억과 함께 병곤이의 아버지는 빨갱이들에게 끌려간 뒤에 이 세상에는 영영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병곤이의 단짝 친구인 윤식(최윤식)이의 아버지는 빨치산이 되었다.

  그래서 윤식이도 아이들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다.

  윤식이는 그의 어머니 곁에서 뱅뱅 돌지 않으면, 아이들과 싸우는 게 일이었는데, 어쩌다가 한번 싸움이 붙었다 하면, 머리가 터지거나 무슨 수가 나야만 끝이 나는 것이었다.

  쟤네 아버지는 빨갱이래!

  뭐야? 이 새끼!

  싸움은 이렇게 시작이 된다.

  그러나 병곤이의 경우는 달랐다.

  쟤네 아버지는 빨갱이한테 죽었대!

  이런 말을 듣게 되는 날이면, 병곤이는 삐죽 삐죽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병곤이의 어머니는 윤식이와 함께 놀지 말라고 호되게 나무라는데도 병곤이와 윤식이는 늘 붙어 다녔다.

  오수국민학교의 교재원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항상 울긋 불긋 피고 있었고, 무성하게 우거진 숲속에서는 이름모를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째질듯이 내려 비치는 햇살의 미소와 장난스럽게도 살랑거리는 바람의 애무를 느끼면서 두 소년은 기분좋게 휘바람을 불면서 논두렁갈을 걸었다.

  윤식이와 병곤이는 나무 울타리에 가로쳐진, 철조망을 들치고는, 개구멍을 마치 고양이 처럼 살금 살금 기어서 교재원으로 들어갔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윤식이가 먼저 꽃나무 한 그루를 뽑았다.

  병곤이도 윤식이가 시키는데로 한 그루의 꽃나무를 뽑았다.

  꽃나무의 뿌리에는 검은 흙이 찰지게 붙어 있었다.

  철조망 밑으로 반질 반질 길이 난 개구멍을 윤식이와 병곤이는 부리나케 빠져 나왔다.

  이 날은 장날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하얀 신작로를 느리게 왕래 하는게 보였다.

  느릿 느릿 움직이는 달구지엔 몇 개의 보따리가 실려 있었고, 몇 몇의 촌로들이 그 위에 실려 가고 있었다. 

  계란꾸러미와 참기름병 같은 게 눈에 뜨이는가 하면, 석유기름병을 들고 가는 노파도 보였다.

  병곤이는 불안했다.

  누군가가 꽃도둑놈! 꽃도둑놈! 하고 달려오면서 손가락질을 하는 것만 같았다.

  꽃나무 도둑놈!

  꽃나무 도둑놈!

  떄로는 누군가가 뒷덜미를 움켜쥐면서 꽃도둑놈! 할 것만 같기도 했다.

  하기 싫은 짓을 윽박지르는 윤식이에게 짓눌려서 울며 겨자먹기로 학교의 꽃나무를 훔쳐 내고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윤식이와 병곤이는 꽃나무를 바지 가랑이 속으로 집어 넣었다.

  흙묻은 꽃나무의 뿌리가 사타구니를 차갑고 아프게 자극했다.

  그러나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윤식이나 병곤이는 거북스러운 걸음을 옯겨 놓았다.

  꽃나무의 뿌리가 사타구니를 콕콕 찔렀다.

  꼬치가 아팠다.

  누군가가 꽃도둑! 꽃도둑 하고 뒤를 자꾸만 따라오는 것만 같았다.

  그 날 그 두그루의 꽃나무는 윤식이네 집 앞마당에 심어졌다.

  그 꽃나무는  어느덧 병곤이의 관념 속에 뿌리를 내리면서 자리잡게 되었고, 그의 관념속에는 꽃나무 도둑이라는 게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던 어느 날, 병곤이는 윤식이와 함께 예배당엘 갔는데, 거기에는 윤식이의 어머니와 누이도 와 있었다.

  예배당 안은 어둑침침했다.

  목사의 설교가 끝나고, 통성기도가 시작될 때의 일이었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윤식이가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하나님 아버지!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교재원의 꽃나무를 훔쳤읍니다.

  하나님! 용서해 주십시오! 앞으로는 절대로 안그럴테니 용서해 주십시오!.................

  병곤이는 윤식이의 기도 소리를 들으면서 조회시간에 호통을 치시던 교장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야흐로 주일날 아침마다 울리던 예배당의 종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북괴군의 다발총 탄환에 두들겨 맞은 종은 녹이 슬고, 예배당 마당엔 잡초가 우거졌다.

  총소리가 나게 되면 아이들은 겁도 없이 탄피를 주으려고 이리 저리 몰려 다녔다.

  기관총 탄피를 주으면 대포화약을 한 움큼씩 집어 넣고는 그 탄피 구멍에 불을 붙여서 불꽃이 터져 나가는 재미에 정신없이 히히덕거렸다.

  철모르는 아이들의 병정놀이가 무르익어 갈수록 그 아이들의 아버지들은 하나씩 둘씩 이슬처럼 사라져 가고 있었다.

  실탄 상자를 등에 지고 공비들에게 끌려간 아버지들이 돌아오지 않게 되자 아이들은 병정놀이에도 흥미를 잃게 되었고, 장남감 권총 대신에 실제의 총과 수류탄을 만들어 내는 무서운 아이들로 변해가고 있었다.

  산과 들에 나뒹글고 있는 죽은 자의 총을 집어 들고 방아쇠를 만지작거리는 무서운 아이들이 되어 가고 있었다.

  아이들의 입에서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대신에 굳세여라 금순아가 아니면 고향에 가거들랑 소대장님 부탁하오. 잘 싸워 죽었다고..............하는 유행가 따위를 목청껏 악을 바락 바락 소리를 지르면서 불러대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이렇게라도 해서 의기양양하지 않으면 못견디는 것이었다.

  기관총 사격을 마친 비행기가 까맣게 하늘 끝으로 날아가 버리면, 아이들은 계집애나 사내아이 할 것 없이 탄피를 주으려고 우우 몰려 다녔다.

  쇠못으로 뇌관을 치다가 손목이 날아간 친구도 있었고, 밭고랑에서 주운 수류탄으로 물고기를 잡으려고 안전핀을 뽑아 던지려다가, 그 자리에서 즉사한 친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런 끔찍한 사건을 보면서도, 열심히 탄피를 줍고, 불발된 탄환이 눈에 뜨이면 기를 쓰고 제거하려 들었으며, 탄알들을 철사 고리에 꿰어서 희한한 탄알목걸이를 만들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이 기묘한 탄알목걸이를 자랑처럼 목에 걸고 다녔다.

  병곤이의 할머니는 언제나 염주를 목에 걸고 계셨지만, 병곤이는 염주 대신에 탄알 목걸이를 목에 걸고 다녔다.

  비행기의 폭격으로 인하여 강변에 커다란 물웅덩이가 생기게 되면 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놀이터가 되기 마련이었다.

  병곤이의 할머니에게는 생명처럼 귀중한 염주였고, 물웅덩이였다.

  네 대의 비행기가 와서 오수시장을 폭격하던 날이었다.

  강변에서 갑자기 비행기(폭격기)를 만난 병곤이의 할머니는 느닷없이 병곤이를 비행기 폭격으로 파인 하천 가의 물웅덩이 속으로 끌어 들였다.

  여름날의 개울 물은 더위를 쫓기에도 좋았지만, 여기에서 더위 같은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판국이기 때문이었다.

  하늘을 비잉 비잉 도는 네 대의 전투폭격기는 싯뻘건 불덩이를 쏜살 같이 쏘아 내리고는 이내 그 기수를 쳐들어 오르곤 하였다.

  할머니!

  조용해!    

  할머니!

  염불을 해야 산다!

  염불요?

  오냐,  오냐!

  할머니!

  왜 그래?

  버드나무 속으로 숨어요!

  나무관세음보살........

  ?

  관자재보살행심반야바라밀다시...........조견오온개공도일체.........

  병곤이네 할머니의 염불은 비행기가 폭격을 마치고 사라져 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병곤이의 할머니는 자기의 염불에는 틀림없이 영험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과연 염불을 해서 영험이 있었는지, 그 폭격기는 물 웅덩이의 두 목숨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이 거들떠 보지도 않고 사라져 가고 있었다.

  둔남면 특동대에서는 전투의 의욕을 상실한채 도처에 흩어져서 암약해 오던 불순분자에 대한 선무공작을 실시하였다.

  대원들은 이들에게 자수하거나 귀순하기를 권고하기에 힘썼다.

  둔남면 특동대는 과거에 좌익운동을 하였던 불순한 좌익분자들의 거처를 알면서도 이들을 사살하지 않았고, 또는 잡아다가 고문을 하는 일도 없었다.

  이들 대원들은 한 사람이라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에 힘을 기울였다.

  대원들은 주민의 안녕과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서 열심히 설득하고 호소하였다.

  ...........길상아! 야, 내말좀 들어라! 네가 벽장에 들어 있는 것을 나는 알고 있지만, 나는 네 의사를 존중한다.

  난 네가 네 스스로 하루 속히 자수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길상아! 네 신변은 내가 보장해 줄테니, 나를 믿고 자수해라.

  길상아! 나를 믿고서 말이다.

  제발 좀 부탁하자! 내가 이렇게 와서 간청할 때 자수하는 게 좋다.

  내가 찾아와서 말할 때 빨리 자수해야지, 고집만 부리다가 잡히면 끝장이다. 죽는단 말이닷!

  박종수 대장을 위시해서 전체 대원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 보려고 애를 썼다.

  대원들은 진심으로 호소하였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이었다.

  개(犬)라는 동물은 눈을 보면 신나게 뛰어 다니는 법인데, 길상이의 집 개는 그러지를 못했다.

  길상이의 집 개는, 축 처진 꼬리를 뒷 꽁무니에 바싹 붙이고는 쭈구려 앉아서 주인처럼 낮잠만 자는 것이었다.

  주인이 대원들을 무서워 하듯이 개도 대원들을 무서워 하였다.

  건너 마을에서는 개짓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오고 있었다.

  개짖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갓난 아기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 아기의 울음소리는 유별나게도 우렁차게 들려왔다. 한 인간의 생명이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독재를 강요하는 공산주의자이거나, 자유를 추구하는 민주주의자이거나를 막론하고, 인간이면 누구나 이 갓난아기의 울음 소리를 듣는 순간에는 순수한 자연인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깨달을수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우는 잔월이 석벽에 걸린다.

        사립을 빠져나온 국방색 바람이

        골짜기 여기저기 으스스 흩어진다.

        삽살개는 석경을 짓는다.

        노송에 걸린 치맛자락을

        시퍼런 달빛이 컹 컹 짖어댄다.

        산직집 개나리 울타리를 뚫고 나와

        콩밭 밀밭 수수밭을

        야광으로 나와서 짖어댄다.

        빨치산에 물린 개가 짖어댄다.

        빨치산에 미친 개가 짖어댄다.

        핫바지 바람에 끌려나와

        개처럼 질질 끌려 가다가

        빨치산의 이름으로 죽어 자빠진

        죽은 애비 옷자락을 짖어댄다.

        달빛 속의 눈으로 쌍칼을 갈고

        솔바람 소리에 귀를 세우고

        빨치산이 숨어 든 굴을 향하여

        왕대숲에 으시시 짖어댄다.

        회문산 암굴 속에는

        숯더미가 젖어 있었다.

        식기들은 그을어 있었다.

        허연 이빨을 앙다문

        구멍 뚫린 해골바가지가

        텅 빈 공간을 쏘아 보고 있었다.

             ㅡㅡㅡ自作長詩<회문산>의  一部ㅡㅡㅡ

     

  야! 임마! 에이취 투에 있으면 다야?

  뭐라고?

  우리가 그 사람을 자수시키는데, 너는 또 뭔데 와서 가로채는거야!?

  그 놈은 내꺼야! 내가 잡았어!

  뭐야? 네 꺼라고?

  그래, 내가 잡았다고.

  너 말야! 그렇게 우기면 재미 없을 테니까 손을 떼라고!

  손을 떼라고?

  그래! 손을 떼!

  내가 정볼 입수해서 잡았는데 손을 떼란 말야?

  너, 정말 이러기야! 끝까지 버티기야? 우리가 다 해놓은 것을 가지고 잡아다가 족치기만 하는 되는 거야? 걔가 먼저 들어오면, 나머지는 자동적으로 따라서 들어오도록 약속이 되어 있는데, 이게 어디서 불거져 가지고 산통을 깨는 거야! 너 정말 끝까지 까불면 재미없어!

  이 자식!

  뭐야?

  야! 종수야 임마! 네가 날 협박하기야?

  나쁜 놈!

  뭐라구?

  우리가 다 설득해서 자수하기로 한 것을 왜 끌어다가 때렸지?

  네가 왜 때려!

  왜 못 때려!

  왜?!

  왜?!

  두 사람의 눈길이 딱 마주쳤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넌 원균아 같은 놈이다!)

  하고 박대장은 속으로 중얼 거렸다.

  그는 불쑥 권총을 뽑아 들었다.

  에이취 투 요원도 권총을 뽑아 들었다.

  박대장이 권총을 술상 위에 탕 소리를 내며 거칠게 올려 놓았다.

  에이취 투 요원도 빼어든 권총을 술상 위에다가 거칠게 올려 놓았다.

  두 사람은 제각기 권총으로 죄없는 술상을 두드리면서 신경질을 부리고 있었다.

  실로 심각한 신경전이었다.

  권총으로 술상을 탕탕 치는 그 서슬에 술잔이 넘어지면서 술이 없질러지고 방바닥으로 주루룩 떨어졌다.

  술상 모서리에서 술방을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의 템포가 점점 느려지다가는 어느덧 소리도 멈추고, 방안은 무거운 침묵이 고였다.

  무서운 침묵이었다.

  어쩌다가 생각이라도 나는듯이 두 사람은 제각기 술을 따라 마셨다.

  그들의 술 따라 마시는 소리만이 간간히 무거운 방안의 침묵을 깨뜨리곤 하였다.

  너, 내놀래 안내놀래?

  박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

  내어놀래 안내어놀래?

  왜 그래?

  그것만 말해!

  못내놓겠다면?

  끝장이야!

  끝장?

  그래! 끝장이야!

  너, 빨갱이를 두둔하기야?

  넌 나를 빨갱이로 몰아 잡을 셈야?

  좋다!

  뭐?

  네 말을 들어 주는 대신에 보고해야 되겠어!

  보고?

  그래 보고!

  마음대로 하라구!

  두 사람의 입씨름은 새벽이 가까워서야 겨우 결론이 났다.

  박종수 대장의 우격다짐과 끈질긴 설득으로 인하여 해결을 보게 되었다.

  박대장은 과거에 인민위원회 동원부장이었던 사내를 되찾아서 그의집으로 돌려 보내었다.

  그 후, 박종수 대장을 중심으로 결속한 대원들의 끈질긴 설득으로 인하여 열두명의 좌익분자들이 자수를 하게 되었다.

  이들, 좌익분자들은 그 사내의 말을 듣고 자수를 하게 된 것이었다.

  둔남면 특동대에서는 임실경찰서로 보내었다.

  임실경찰서에서는 여러 모로 편의를 제공하였다.

  경찰은 이들에게 친절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임실경찰서에서는 이들에게 호의를 베풀면서, 유치장에 가두지 않고 마을로 나가서 편히 잠을 자도록 풀어 놓아 준 게 오히려 화근이 될 줄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한 밤중에 나타난 빨치산들의 갑작스런 기습으로 인하여 열두명의 자수자들은 모조리 학살을 당했다.

  지독한 놈들이야!

  벼락을 맞아 죽을 놈들이야!

  자기들끼리 죽이고 죽는구먼!

  자기들을 배반하고 자수했다고 그러지!

  끔직해!

  변절자는 그렇게 가차없이 처단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그러는 거야!

  그렇지만 세상 모르고 자는 것을 그렇게 처참하게 돌로 쳐 죽일 수가 잇어?

  글쎄 말야!

  그 놈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이지!...............

  짐승만도 못한 놈들이야!

  이와 같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 주민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분개하고 있었다.

  공비들은 양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기 때문에 각 지방의 경찰서장과 지서장들은 이를 막아 내기에 진땀을 빼고 있었다.

  빨치산들이 자리를 잡고 준동하는 지리산과 회문산을 낀 전라남북도 지방은 피비린내 나는 공비토벌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 한 편으로는 선무공작도 열심히 진행되고 있었다.

  미군 제25사단 선발정찰대와 함께 진격하던 전북경찰선발대(대장. 송영주 경감)는 전주 시내에 남아있던 괴뢰군 패잔병 다수와 공산당 전북 정치보위부 및 전북도당 등 지방공비 1천5백여명이 군경과 그 가족 및 우익인사, 지방청년, 부녀자 등 70여명을 전주형무소(현 전주교도소)와 전주신흥학교 뒷산에서 학살 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유엔군과 공동으로 공비를 몰아낸 일도 있었고, 애국청년 이학희씨 등은 4백여명의 청년을 이끌고 출전하여 공비소탕에 공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정읍경찰서(서장 신도종 경감) 사찰주임 김정기 경위는 지방 공비를 유도하여 고문한 결과 전북도당 지도부책 박춘성 등 2백24명의 지방공비, 그리고 주민들에게 까지 죽창으로 무장케 하는 등 8백명의 무장병력과 3백명의 비무장 병력을 공격부대로 편성 중임을 알아내고 난 다음, 신경감은 주민 학살을 방지키 위해 공비토벌에 최선을 다했는데, 임실은 물론, 남원 고창 순창 옥구 등지도 이와 같은 실정에 놓여 있었다.

  공비들의 살인행위는 잔인했다.

  그들이 한번 휩쓸고 지나가는 곳에는 반드시 살인과 방화와 약탈이 자행되었다.

  살인의 양상도 가지각색 이었다.

  그들은 양민들을 돌로 쳐죽이기도 하고, 곡괭이로 찍어 죽이는가 하면, 산 사람의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여서 태워 죽이기도 하였다.

  이와같은 그들의 잔인성이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려 드는 공산주의의 이론에서 기인된다.

  그들은 이론을 통해서, 인간은 원래 동물이었는데, 도구를 사용하면서부터 두뇌가 발달 했다고 주장한다.

  물질이 정신을 변화시킨다고 주장하는 그들의 이론을 자칫 잘못들으면, 근사한 이론처럼 느껴지는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어디까지나 인간의 정신의 발달이 물질의 발달로, 물질을 발전 시켜 왔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오수원동산 앞 골목(구시장)2014.8.16>